< 아버지의 빈자리ㅡ첫 추석..

모미의 일상

아버지의 빈자리ㅡ첫 추석..

유니모미 2021. 9. 2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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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줌 확대하니 어찌어찌 예쁘게 한컷 찍어졌네요. 어제가 추석이어서 오늘도 완연한 보름달입니다....저 달을 볼때면 누구나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있을거예요..
명절이 지나고 친정갔다 돌아오는 내내
헛헛하고 우울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어요.
그 이유를 티님들과..이야기 나눠보려해요.

작년 추석과 올해 추석의 차이는..아버지가 계시고 안계시고 차이에요.
저..대게 우습게도..이 나이가 되도록.
40을 훌쩍넘어서도 부모님 안 계신 삶을 상상해보지못했었다는 거예요.

아빠는.아버지는 늘 그런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ㅡ100살까지 살거라고. 저승에서 전화오면 전화안받으면 된다고ㅡ언제나 너무 오래살까 걱정된다던 아버지였어요...

정말 건강하셨고, 잔병치레도 없었고,
욱하시긴해도 긍정적이어서 꽁한 거 없는 분이셨어요.
평생 소처럼..일만하셨고, 내가 벌어 처자식 원하는거 해주는게 그저 기쁨이셨던..
자신을 위해선 영양제 한통 못사셔도..장모님수술비 몇백만원은 1분도 안망설이고 내놓던..누구나 입모아 칭찬하는 그저 좋은 사람


사랑한다 말 한 번 할 줄 모르시고..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는데는 늘 서툴렀던 아버지.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턴.아빠랑 늘 서먹했고
그 서먹한 거리를 늘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았던거 같아요

말하지않아도 알 줄 알았고..지금하지않아도 언젠가는 할 줄 알았던 많은 말과 일들을
이젠 더이상 할 수 없게되었어요.

아빠는..작년 8월에 구강암 4기.인파선암3기를 선고받으셨고 추석을 며칠앞두고 큰수술을 받고 퇴원하셨었어요


무지한 저는..그저 수술만 받으면.요즘은 의술도 발전하고 약도좋으니 괜찮은줄 알았어요
한쪽 이를 다 뽑아내고 잇몸까지 절개해서.
허벅지와 종아리살을 도려내 이식하는 큰 수술을10시간동안 받으실때에도..코로나때문에 병원 한 번 동행하지못했어요.

작년 추석때 뵈러갔을 때는..입술아래부터 목을이어 절개했던 흉터가 불편하신지..자꾸 마스크로 얼굴을가리시던 아버지가 생각나요



이가 없고 잇몸이 제대로 없는데다 입안살도 이식한 살이다보니 무척 식사하기가 까다로우셨지만..그 이후 방사선치료 30회를 열심히받으시면서 치료에 열중하고 계셨었어요

그때도..내 일하느라..애들 챙기느라..간간히 통화는 했지만 병원 동행 한 번 못해드렸고 하는거라곤 필요한거 사서 보내드리는것 밖에없었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버지와 제일 많이 통화하고
이야기나눈 시간이었기도 해요..
늘..아빠가 전화받으시면 엄마는?만 찾던.저였었으니까요.

근데..수술도.방사선도...아빠 암을 깨끗히 치료하지못했고 방사선치료 마지막 날..
폐와 척추의 전이를 확인하고 바로 항암치료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항암치료 1회차ㅡ5번 투여하고, 집에내려오신지 4일만에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어요

불과 4개월만에 일어난 일들이었고..9개월이 지난 지금도 실감이 안나요..
아빠가 편찮으시고부터는 친정 오가는길이 늘 눈물바람이었어요.

아버지의 흔적들이 9개월이란 시간동안 차츰차츰 지워져가는 걸 확인할 때마다 울컥울컥해요
가족관계증명서를 뗐다가..아버지이름옆 -사망-이란 글자를 봤을 때 눈앞이 뿌예지던 기억처럼
준비없이 불현듯..불현듯..현실을 직면하게 됩니다.


엊그저께는 카톡 친구 프로필을 보다가 아빠라는 글자에 낯선 프사가 눈에 띄었어요...제겐 아빠의 번호지만..이젠 다른 누군가가 그 번호를 쓰고 있겠지요.귀여운 프사인걸 보니..어린 친구인가..상상해보았어요.

언젠가부터.아버지.아빠란 단어가요..무척이나 사무칩니다.

힘든거 아니데. 왜 아빠 손잡고 한번 걸어보지못했는지..살뜰히 마주보고 이야기나누지못했는지..왜..좀더 많은걸 하지 못했는지요.
무엇이 더 먼저인지를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이제는 아는데... 큰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받아주실 아버지가 안계시네요.

손 한번 잡아드리는거. 전화한통 하는거.사랑한다 고맙다 말하는거 어려운 일 아닌데 말이죠.
마음속에 있는,머리속에 있는 모든것들 옆에계신 부모님께 다 전하시는 티님들 되시길 바래요.

아빠가 무척 보고싶은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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